[투데이엔]조선왕릉의 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기는 도심의 궁궐보다 다소 늦게 찾아온다. 3월 말부터 노란 생강나무와 산사유 꽃과 귀룽나무의 연두 잎사귀를 시작으로 깨어나기 시작한다.

왕릉 대부분은 자연 생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, 참나무 등 활엽수의 신록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.

이와 함께 진달래와 산벚꽃, 백당나무, 쪽동백, 때죽나무 등의 봄꽃이 신록과 어우러져 이뤄내는 수채화 같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.

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 단종의 비 정순왕후를 모신 남양주 '사릉'과 구리 '동구릉'에서 유일하게 비공개 지역으로 남아 있던 '숭릉'이 지난 1월 일반 개방 후 처음으로 봄을 맞이한다.


남양주 '사릉'은 소나무 숲길 사이에 우리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산마늘, 앵초, 매발톱, 금낭화 등 전통 야생화가 자라는 지역이 있어 소나무 아래 수줍게 피어나는 야생화와 전통수목 양묘장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.
 

조선 현종과 비 명성왕후를 모신 숭릉은 봉분으로 향하는 길 좌측으로 '천원지방설'(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성리학적 우주관)에 따라 네모난 연못에 원형의 섬을 둔 연지가 있다.

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뜸하고 연중 물이 차 있어 왜가리, 백로 등이 알을 낳아 서식하는 장소로 이용됐다. 4월부터는 연지에서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여름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,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생태학습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.



이외에도 조선 태종과 비 원경왕후를 모신 대모산 자락의 '서울 헌릉' 아래쪽 오리나무 군락은 서울특별시에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만큼 습지 생태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. 봄이 되면 오리나무 사이로 애기나리, 붓꽃 등 습지성 식물과 박새, 꾀꼬리, 오색딱따구리 등을 볼 수 있다.

아울러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있는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를 모신 '서울 정릉'에서 영화 '건축학개론'의 배경이 되었던 느티나무를 찾아보는 등 생동하는 이 계절에 가족과 함께 조선왕릉의 봄을 느껴보면 어떨까.

[사진:봄이 물들인 조선왕릉, 문화재청]